윤송아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을 그리는 작가다. 2023년 개최된 아시아프(ASYAAF)에서 주목받으며 데뷔했다. 유년기를 주재원이었던 부모님과 함께 해외에서 보내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는데 특히 중국에서 접한 공필화는 그녀에게 동양화의 매력을 일깨워 주었고, 후에 동양화를 전공했다.
윤송아의 회화는 작가가 꾼 선명한 꿈에서 시작된다. 꿈속에서 인물은 사라지고, 사람 형상을 한 수풀만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는데 그 생생한 기억 속에서 느낀 고독과 불안은 이후 작업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
작품에는 거대한 숲을 이루는 나무 군락과 작은 소년이 등장한다. 이때 소년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 식물은 공동체나 사회를 상징한다. 나무 기둥에 그려진 ‘눈’은 집단이 타인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시선을 의미한다. 나무의 눈은 소년을 응시하거나, 무관심하게 외면하거나, 심지어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사회가 개인에게 행하는 감시와 통제, 관심을 시각화한다. 소년은 나무들 사이를 배회하며 나뭇등걸에 누워서 쉬기도 하고 그 눈과 직접 마주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거나 혹은 나무들에게 등을 돌리고 걸어가지만 이 소년은 나무 사이를 맴돌며 그들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한다.
전혀 다른 존재인 나무와 인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모색하는 소년의 모습은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이들의 자화상이자,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성장통을 나타낸다. 소년이 느끼는 소외감은 대중들에게 낯설지 않은 감정이다. 사회는 작게는 가족에서 시작하며 청소년기에는 학교를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만나는 모든 집단이 될 수 있다. 커다란 나무의 군락들과 작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힘의 불균형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결국 윤송아라는 개인의 상상과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사회 전반에 만연한 소외의 현실로 확장된다. 작품에서 희망의 빛처럼 쏟아지는 별은 사회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보호받으며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유년기를 상징한다.
동양 산수화의 전통과 서구적 인본주의가 만나는 지점에서, 윤송아는 거대한 숲과 작은 인간이 어우러진 독창적 세계를 그려낸다. 동양 문인화의 대표적인 장르 중 하나인 산수화에서 자연은 거대한 존재이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가 되거나 혹은 자연 속에서 은거하며 자연과 동화되고자 했다. 윤송아의 작품에서 거대한 숲과 작은 인간의 관계와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소년의 열망은 동양 산수의 핵심과 닿아있다. 하지만 산수화에서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산수이며 인간을 증심에 두지 않는다. 윤송아는 작은 소년의 꿈과 소망을 중심으로 서사를 펼쳐 나가는데 이러한 인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은 서구적인 것이다. 장지에 분채로 작업하는 동양화의 배경에서 살아나는 인간 중심의 스토리는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다.
윤송아는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로서, 앞으로도 언어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성장하며 그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나갈 것이다.